제한-타협이론의 배경
고트프레드슨의 제한-타협이론은 수퍼의 진로발달이론과 마찬가지로 발달이론의 맥락에 있는 이론으로서, 크게 2가지의 중요한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하나는 수퍼의 진로발달이론처럼 각 발달단계별로 어떤 진로과업이 수행되느냐의 내용을 담은 발달단계이론으로 제한이론이고, 두 번째는 진로선택 및 의사결정에 관한 내용으로 타협이론입니다.
고트프레드슨의 진로발달이론은 수퍼의 전 생애적 발달이론과 달리 첫 입직까지 청소년기의 진로발달과정을 설명합니다. 기본적으로 직업과 관련해서 자기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직업의 수를 '줄여나가는 과정'을 진로발달의 과정으로 보고, 어떻게 줄여나가는가, 언제 줄이는가, 얼마나 줄이는가 등의 내용이 발달단계이론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제한이론'이라고 명명하였다. 이렇게 자신이 갖고자 하는 직업의 그림을 축소해 가지만 결국 직업을 선택할 때는 또다시 무언가를 버리고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 과정을 '타협'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즉, 사람들이 진로의사결정과정에서 '어떻게 포기하느냐'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이론이 '어떻게 잘 포기해야 하는가'에 관한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진로포부의 발달단계이론: 제한이론
고트프레드슨은 개인은 자기개념과 일치하는 직업에 대해 포부를 형성한다고 보고, 직업포부 형성과정을 제한과정과 타협과정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제한과정은 자기개념과 일치하지 않는 직업 대안을 제거하는 과정인 반면, 타협과정은 제한과정을 통해 선택된 직업 대안 중 자신이 극복할 수 없는 문제를 가진 직업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과정이라고 하였습니다.)
고트프레드슨은 청소년기까지의 진로발달을 총 4단계로 나누고 있는데, 각 발달단계 및 영향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3세부터 5세 사이, 서열 획득 단계로 힘과 크기 지향성에 영향을 받습니다.
서열의 개념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한 단계이며, 이 시기 아동은 힘과 크기에 대한 개념을 발달시킵니다. 자신보다 힘이 센 어른들만 일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을 갖는 것에 대해 선망하게 됩니다.
2단계: 6세부터 8세 사이, 성역할 획득 단계로 성역할 지향성에 영향을 받습니다.
자기(self)에 대한 개념이 생기고, 성역할에 대한 개념을 습득하면서 이분법적 동일시를 하게 됩니다. 성역할의 사회화가 일어나면서 직업포부에서도 성역할에 적합한 직업인지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하게 되고, 성역할 경계선이 형성됩니다.
3단계, 9세부터 13세 사이, 사회적 가치 획득 단계로 사회적 가치 지향성에 영향을 받습니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개념을 습득하게 되면서, 자신의 상대적 능력에 대해 판단하기 시작하고 이를 사회 속에서의 상대적 서열과 관련짓습니다. 즉, 사회적 지위라는 개념이 직업세계에 대한 인식에 포함된다. 이때 사회적 지위에 자신의 능력을 대비시키면서 지위 하한선과 지위 상한선이 만들어집니다.
4단계, 14세 이상, 내적 자아 확립 단계로 내적 고유한 자아 지향성(자아정체성)에 영향을 받습니다.
자기 정체감을 확립하기 위해 여러 영역에서 고민하게 되고, 이전 단계까지 생각했던 성역할과 사회적 지위뿐만 아니라 정체감까지 만족시키는 직업을 선택하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흥미이며, 흥미별로 직업을 분류하고 자신의 흥미에 맞는 직업을 추구하게 됩니다.
진로선택이론: 타협이론
타협이란, 수용가능한 진로대안영역 안에서 자기가 원하는 흥미영역의 직업을 선택한다고 해도 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이 안 되는 경우 어떤 부분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과정을 말합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진로대안 안에서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대안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로바 자신이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포기함으로써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상황을 이론 안에 포함시킨 것입니다.
타협이론은 타협하는 과정에서 어떤 측면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반면, 어떤 측면은 양보하기 힘들어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고트프레드슨은 진로포부 발달단계에서 나타나는 성역할, 사회적 지위, 흥미를 타협의 중요한 측면으로 제시하였는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흥미를 가장 쉽게 포기하고, 성역할을 가장 포기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많은 경험적 연구에서 일관된 결과를 내놓지 못했고, 타협의 측면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상담의 실제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곤란합니다.
고트프레드슨은 타협에 대한 심리적 적응과정의 중요성도 강조하였습니다. 즉, 자신이 바라던 최고의 선택을 하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진로선택 이후의 적응을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경험적 연구를 통해 보다 잘 적응하는 직업인들은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맞게 진로기대를 변화시켜가고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